산행기·영남

퍼옴-가야산 무박산행(20070428)

파란별 윤성 2024. 5. 17. 13:11

 
 

힘들었던 나 자신과의 싸움

 
2007년 4월 28일(토)
4월의 마지막 주말
자유백두회 가야산-수도산 무박 산행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28일 9시 30분
거리는 서서히 어둠속으로 빠져드는 시간
소사역에서 이만재, 이환호, 김석호 대장님들과 함께
출발지인 양재역으로 가기위해 전철에 올랐다.
산행에 대한 기대감과 산행이야기속에 양재역에 도착하였다.
양재역 주변은 퇴근길 사람들로 붐비기도 하였지만
무박산행을 가기위해 여기저기 도로변에
많은 등산객들이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28일 11시 20분
노란색 미니버스에 20명의 회원들을 태운 버스는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어둠을 뚫고 경남 합천 해인사로 출발하였다.
이만재 회장님의 인사말씀과 진행자의 구수한 말솜씨에 어색함도 털어버리고
첫번째 화장실을 들른 후 내일을 위해 꿈나라로... 
 
29일 새벽 3시 40분
합천 해인사 주차장 도착
짙은 어둠속에 빠져든 해인사 주변은 밤하늘의 별들만 유난히 밝게 빤짝거리고
차갑지 않은 새벽바람만이 우리들을 반긴다.
간단히 몸을 풀고 모두들 랜튼을 머리에 두르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어른풋이 보이는 사찰의 웅장함과 주변의 불상들을 아쉬움속에 지나치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마냥 맑은 계곡소리를 들으며
랜튼 불빛을 앞세우고 산행을 이어갔다.
국립공원답게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를 30여분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쟈켓도 벗고,
물 한모금으로 목을 적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후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환호대장이 선두로 달아나고, 그 뒤를 나와 김석호 대장이
나머지 분들이 후미로 그룹을 지어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였다.
1시간쯤 지나 능선에 오르자 어둠의 천막이 서서히 걷히고
먼 산봉우리 뒤로 붉은 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김석호대장과 함께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걸을을 재촉한다.
 
새벽 05시
능선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정상까진 1.4km의 푯말을 보니 정상이 얼마남지 않은것 같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과 헬기장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에 숨이 막힌다.
폭우(?)로 굴러내린 바위들로 등산로는 없어지고
중간중간에 철계단이 있지만 바위를 넘고 넘어 오르자니 힘이든다.
정상를 얼마남지 않고 커다른 마당바위에 오른다.
맞은편 산능선에 붉게 타오르는 일출과 탁트인 시원한 전망이 장관이다.
지금껏 힘든산행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와~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마지막 고개를 올라서니 가야산 정상이 눈앞에 한눈에 들어온다.
세찬 황소바람에 자켓을 다시 끄집어 낸다.
먼저 온 이환호대장님은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 쉬고있고
우린 바위굴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요기와 함께 숨을 고르며 쉬는사이
후발 대원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100m 전방에 가야산 정상이다.
 
오전 06시
산행시작 2시간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상은 온통 바위뿐이다.
크~다란 바위산 그 자체다.
암벽사이의 철계단을 오르자 가야산 정상이다.
심한바람이 불기도 하였지만 모두들 기념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건너편의 칠불봉을 뒤로 한채 수도산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가야산에서 수도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입산금지구역이였다.
어서빨리 이 지역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이만재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능선을 따라 두리봉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비록 바위가 없는 등산로이지만 산행금지구역이라 다니는 사람들이 없는 관계로
철쭉과 진달래 그리고 잡목들의 가지가 등산로까지 뻗어 있어
나무가지를 헤치고 산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힘든것은 둘째치고 나무가지에 찔리고, 끌히고...
앞으로 전진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반바지 차림으로 산행한 이재무 회장님 괜찮으실려나...
서서히 배가 고파진다.
 
오전 08시
두리봉 도착
두리봉엔 그 흔한 푯말도 없다. 둥그런 공터뿐이다.
쉴틈도 없이 밥부터 먹자고 야단이다.
햇볕드는 능선길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왜 그토록 우리 여성회원님들이 생각날까?
그 흔한 커피 한잔도 없고...
맛있는 반찬 마니마니 가져오시는 늘푸른 여성회원님들...
많이 생각났습니다. ㅎ ㅎ ㅎ
 
계속된 능선길을 따라 수도산으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면 또 나타나는 봉우리 봉우리 봉우리...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진이 빠지고 지치기 시작한다.
후미그룹의 여성회원들중 한분이 다리에 쥐가 나는지 뒤쳐지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백두회 회원들이 동행하기로 하고
우리 셋(이만재, 김석호 대장님)은 먼저 가기로 하였다.
이재무 회장님과 이환호 대장님은 얼마나 빨리 내뺏는지 흔적도 보이질 않는다.
무슨 봉우리인지 모르지만 그저 이만재 대장님만 따라 걷기 시작했다.
능선 주변의 뛰어난 전망도 볼 여력도 없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전진 뿐이다.
간간히 활짝 핀 붉은 진달래가 힘이 될 뿐이다.
 
산행을 시작한지도 6시간을 지났다.
이만재 대장님도 힘들어 하시는것 같다.
한잔하고 가자 신다.
아껴둔 막걸리도 떨어지고,
점심때 마시고 남은 소주팩으로 한잔식 나눠마시니
이만재 형수님이 정성스럽게 싸주신 삶은계란과 파전도
꿀맛과 함께 이것으로 끝이다.
 
오전 10시
또다시 시작이다.
두리봉을 거쳐 분계령, 목통령, 좌일곡령을 지나 단지봉을 향해 또 베냥을 멧다.
수도산은 가마득한데 아직도 후미그룹은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만재 대장님이 앞에서고 나는 김석호대장과 함께
어미뒤를 따라가는 오리새끼들 마냥 그저 졸졸 따라 갈 뿐이다.
햇볕은 쨍쨍 내리찌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리지만
가야할 길이 멀기에 얼마남지 않은 물도 아껴야 한다.
여름산행땐 식수를 충분이 가져야 함을 새삼느낀다.
목이 탄다.
사탕을 먹으니 조금 나은것도 같다.
 
1,326m 단지봉에 올랐다.
“대장님, 저 앞에 보이는게 수도산입니까?”
“그래~저게 수도산이지~”
“그럼 거의 다왔네요?”
갑자기 힘이 난다.
“아니~앞에있는 봉우리 말고~저 뒤에 희미한 봉우리가 수도산이야~”
“네??? 희미한 봉우리요?????”
빨리 가자는 대장님의 재촉에 사진 한장 못박고 또 출발이다.
이제 등산로에는 가로막는 나무가지는 없지만
무더운 기온에 많이 지친 상태라 발걸음이 무겁다.
걷고 또 걷고...
계곡 갈림길에서 아껴둔 참외를 깍아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10여분간 휴식을 취하자 후미그룹이 하나 둘 도착한다.
모두들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리에 쥐가 난 아줌씨는 맨소레담을 온통 바르고
회원들은 맛사지로 허벅지와 장딴지의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12시 20분
송골재에 먼저 도착한 이만재, 김석호 대장님은 바닥에 앉아 있다.
대장님 왈
“황대장, 나 더는 못가겠다. 여기서 빠지자고~”
“왜요?~수도산 안가고요?”
“벌써 12시가 넘고, 힘도 들고, 여기서 수도산까지 3시간 걸린다는데~어떡하냐?”
“그래요`저도 힘들어요. 그냥 여기서 빠지죠?”
“후미도 여기서 빠져야 할텐데~언제쯤 올려나”
대장님의 걱정에 우린 후미그룹들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김석호 대장은 벌써 큰대(大)자로 들어누웠다.
코까지 골면서...
10분...또 10분...
“황대장, 안되겠다. 종이에 메모해 놓고 그냥 내려가자”
“그러시죠~뭐라고 쓸까요?”
“받아 적어라~”
“네~”
“자유백두회, 시간이 너무 늦고 수도산까지 3시간 더 걸린다니
여기서 모두 하산하기를 바란다-회장 이만재”
산행지도 뒤에 적어 바닥에 깔아놓고 수도리 주차장으로 하산하였다.
10여분 내려오자 등산로가 사라졌다.
한동안 등산객의 왕래가 없었던것 같다.
이만재 대장님은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도 않고
김석호 대장과 함께 솔밭과 빽빽히 들어찬 잡목들을 헤집고 다니기를 1시간
임도로 내려왔다.
 
오후 1시 20분
임도에서 잠시쉬었다 수도마을 쪽으로 걸었다.
도중에서 만난 관리인에 물으니 입구까지 약 7km(도보로 1시간 거리)라고 한다.
따가운 햇살에 시멘트 도로에서 내뿜는 열기로 걷기가 쉽지않다.
그래도 산아래 벚나무의 활짝 핀 벚꽃의 절경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김석호 대장과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걷기를 1시간...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오후 2시 23분
산행 끝
드디어 수도리 마을에 도착
수도산 입구에서 수도면 관리인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요즘 불법으로 약초 캐는 사람들 때문에 수도산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정을 얘기하고 주소, 이름, 산행지와 산행시간 등을 적고
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사람들과 기사분이 맛있는 술 상을 준비하고 있다.
베냥을 버스에 내려놓고 술자리에 앉으니
먼저 와 있어야 할 이환호 대장님이 보이질 않는다.
핸드폰을 하니 받는다.
“행님,`우리 주차장에 왔는데 어디세요~ 아직 도착 안했어요?”
“어~수도산에서 수도암으로 왔다가 반대편으로 빠졌어~그곳까지 갈려면
 40분은 가야 한다는데, 기사한테 얘기해서 나 데리려 와~”
“아직 후미도 안내려 왔고요, 지금 한잔 할려고 고기 굽고 있어 어렵겠는데요.
 한참 걸릴 것 같은데 그냥 걸어 오세요”
“그럼 어쩔수 없지. 내가 알아서 할께”
그리고 10여분 후
이환호 대장님이 봉고차에서 내린다.
마침 수도리 마을쪽으로 오는 봉고차가 있어 사정 얘기를 하고 타고 왔다고 한다.
 
오후 4시
모두들 한잔씩 하고 버스에 올랐다.
피곤하기도 하였지만 기분좋게 술 한잔하신 이만재 회장님과 이재무 회장님의
아옹다옹 말다툼에 차안에 웃음꽃이 핀다.
 
저녁 8시30분
양재역 도착
시원한 맥주 한잔 하자는 회원들과 다음을 기약하고 우린(이환호대장님, 김석호 대장님)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4월 28일 저녁 9시 30분에 소사역에서 출발하여 만 하루만인
4월 29일 저녁 9시 30분 부천역에 도착하였다.
 
비록 처음 계획대로 수도산 까지 완주하지도 못하고,
계속된 봉우리 오르내리기에 힘들고,
등산로를 가로막는 나뭇가지 헤집고 산행하기에 짜증스러웠지만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11시간이 넘는 산행을 잘 끝냈다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2007년 5월 1일 오후 2시 35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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