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영남

퍼옴-기백산~황석산 종주산행(20080622)

파란별 윤성 2024. 5. 17. 13:25

 
자유백두회 회원들과 함께
 
02 : 45 용추사 주차장 도착
03 : 05 산행 시작
05 : 00 기백산 정상 도착
06 : 50 헬기장(점심식사 20분)
07 : 20 금원산 정상 도착
08 : 05 수망령(임도) 10분 휴식 -용추계곡으로 하산 할 수 있슴
11 : 25 거망산 도착
13 : 45 황석산 도착
16 : 00 유동 도착
16 : 50 서울로 출발
20 : 45 서울 선릉역 도착

 
6월 21일(토) 밤 11 : 00
서울의 밤하늘은 곧 비라도 올 듯 잔뜩 흐려져 있다.
모임 장소인 잠실 롯데백화점 시계탑 앞에는 벤치의 다정한 연인들과 다른 산악인들의 모습만 몇명 눈에 뛸 뿐
흐린 날씨 때문인지 거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한가하다.
하나 둘 도착하는 회원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25인승 미니버스에 몸을 싣고 산행지로 출발하였다.
회비는 총 지출비용를 회원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하여 1인당 5만원씩 하기로 하고
자유백두회 정회원이 아닌 회원들에겐 특별히(?) 4만원으로 배려해주셨다.
간단히 술 한잔 씩 나누고 소등과 함께 잠을 청했다.
.....
 
얼마나 왔을까?
차내에 불이 켜지고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리니 밤하늘엔 비구름은 어디로 숨었는지 커다란 보름달과 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간간히 부는 시원한 바람이 날씨가 좋을 것 같은 예감에 모두들 좋아한다.
산행 때 마다 마시는 원두커피지만 오늘 따라 맛이 더 좋다.
 
 
6월 22일(일) 새벽 02 : 45
산행기점인 경남 함양군 용추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엔 다른 산악회 버스도 보이고,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주위는 짙은 어둠에 잠들어 있다.
많은 비는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우의와 랜턴을 챙긴다.
“자~이리로 모이세요.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갑시다”
이환호 대장님의 큰 소리에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황대장 이것 봐~ 밤인데도 잘 나와~”
이환호 대장님 신났다.
찰칵~찰칵~찰칵~막 찍어댄다.

산행직전 기념촬영
 
 
03 : 05
랜턴 불빛이 한줄로 이어지며 기백산 정상을 향해 도주골 계곡을 오르기 시작한다.
전날에 비가 왔는지 계곡의 물소리는 소란스럽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작은 힘이 되는 것 같다.
작은 개울을 건너기를 몇 번 땀이 나는지 우의도 벗고 잠시 숨을 고른다.
쉬지 않고 계속 오르는 것이 이분영씨에겐 힘이 좀 드나 보다.
“처음 한 30분 정도는 몸 푼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산행하면 좋겠는데... 산행시작 후 30분 까지가 힘들더라고요~”
그렇지만 여기가 어딘가.
대부분의 회원들이 백두대간을 종주하신 분들이 모여 있는 산악회가 아니던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 그냥 따라 갈수밖에 없는 일, 힘을 내자고...
휴식시간도 5분을 넘지 않는다.
그 흔한 과일도 없다.
물 한 모금씩 마시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산행을 환영하는 것인지?
자꾸 처지는 이분영씨를 응원하는 것인지?
아님 지들의 잠을 방해한다고 뭐라고 하는 것인지?
숲속의 많은 새들이 여기저기서 요란스럽게 떠들어 댄다.
아무래도 뒤처진 이분영씨가 걱정이 되는지 선두로 가신 이재무 전회장님이 되돌아와서 이분영씨 가방을 메고 간다.
나이가 한 살만 덜 먹었어도 내가 메고 갈텐데...
쬐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맨 후미에서 고생하시는 이만재 회장님이 계셔서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도 놓인다.
이제 날도 밝아 오고, 정상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05 : 00
기백산 정상 도착
소백산맥의 덕유산 줄기에 속해있는 산으로 옛이름은 지우산(智雨山)이며,
봉우리의 바위들이 마치 누럭더미로 쌓은 여러층의 탑처럼 생겼다하여 “누룩덤”이라고도 한다.
1983년 함양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금원산 까지 이어지는 가을철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정상부근은 바위들과 숲으로 덮혀 있었지만 정상의 공터에 정상표지석이 우뚝 솟아 우리를 맞는다.
새벽 일출을 기대했지만 짙은 안개로 일출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온 몸은 굵은 땀방울로 흘러 내리고, 후미로 힘들게 정상에 오른 이분영씨 표정도 조금은 밝아 보인다.
기백산 표지석에서 기념사진 한 장씩 찍고 금원산으로 출발한다.
얼마가지 않아 능선바위에 이르자 반대편 거망산을 감싸고 펼쳐지는 운무가 장관을 연출한다.
여기저기서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오늘따라 이만재 회장님도 사진을 많이 찍어신다.
“황대장, 나도 찍어봐~사진 꼭 뽑아서 다음 산행때 가져와...사진값 대신 술 살께~”
모두들 기백산 오를 때의 힘든 과정은 사라지고, 운무의 황홀한 연출에 넋이 나간 듯 빠져든다.
하지만 멋진 장면을 즐기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서서히 배가 고파 온다.
금원산 정상을 300 여m 앞에 두고 작은 헬기장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식사를 하자는 사람과 정상에서 하자는 사람들 간의 설전(?)속에서
금원산 정상엔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회장님의 강압에 못 이겨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였던가 산행 중 식사도 산행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김석호형의 상추쌈이 특히 맛있었고, 버너로 보글보글 끓인 숭눙맛은 일품이다.
식사도중 숲 너머로 보이는 물결치는 운무의 모습은 마치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의 그림 마냥 넓게 타원형을 그리며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운무 모습에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금껏 많은 산행을 하였지만 작년 미인봉의 운무도 좋았지만,
그때의 운무는 정적이였다면 거망산의 운무는 꼭 살아 움직이는 그 모습이 너무나 멋지다.
식사를 끝내고 금원산으로 향한다.

나리 대장님 폰으로 동영상 촬영에 열심입니다. 운무는 안찍고 이분영씨만...
 

기백산 능선에서 본 거망산쪽 운무
 
07 : 20
금원산 도착.
옛날 이 산에 살고있는 금(金)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얘기가 전해 오는데
여기서 금원(金猿)산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하튼 간단히 기념사진 한장식 찍고 바로 출발하였다.
금원산에서 다음 목적지인 거망산까지는 2시간 반 이상 가야한다.
다행히 거망산까지는 육산이라 위험한 곳은 없다.
완만한 내리막으로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여러 잡목으로 우거진 짙은 녹색의 숲길이다.
비에 젖은 나뭇가지들을 제치고 산행하느라 조금은 힘이 든다.
이만재 회장님이 조금만 더 가면 길이 좋다고 힘을 복돋는다.
임도에 내려서니 힘이 드는지 바닥에 주저 앉는다.

기백산을 지나 수망령으로 내러가는 능선

수망령-여기서 하산하느냐? 고 하는냐? 망설였죠...
회장님 왈~"여기만 올라가면 길 조아여~~"
 
08 : 05
수망령 도착
여기서 포장된 임도를 따라 곧장 내려가면 용추계곡으로 완주하는것 보다 몇 시간은 단축될 것 같다.
누군가 여기서 하산 하는게 어떠냐고 한다.
황석산까지 완주를 하느냐? 여기서 하산 하느냐?
의견이 나누워진다.
이분영씨도 하산했으면 하는 눈치 같다. 하기사 힘도 들겠지...
 
‘환호형, 갈꺼야? 안갈꺼야?”
“글쎄...”
“여기까지 왔는데 갑시다. 언제 또 오겠어요”
이만재 회장님도 거든다.
“조금만 올라가면 능선이라 길이 편해여...”
“회장님이 능선이라고 하니 갑시다”하고 내가 선두로 치고 나갔다.
수망령에서 계단을 올라서니 가파른 오르막이다.
여전히 비에 젖은 수풀은 산행을 더디게 하고, 이젠 속옷까지 젖어 거시기 까지 차갑게 느껴진다.
선두가 힘이 드는지 오르막을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자꾸 멈춘다.
잠깐 내가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젖은 수풀로 인해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백두회 회원님이 물털이맨으로 선두로 나섰다.
상·하의 방수복을 입어 아무래도 선두로 가시는게 나을것 같다.
어른 키높이의 수풀을 헤치고 나가는게 힘드는건 둘째치고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회장님, 능선이라면서요”
“조금만 더 가면 길 조아여...”
그래서 조금 더 갔다.
“저 고개만 오르면 그 다음부턴 길 조아여...”
그래서 고개까지 올랐다.
내려 서는가 싶더니 또 오르막이다.
“회장님...”
“조금만 더 가면 조아여...”
모두들 웃음이 나온다.
이젠 회장님 말씀은 당나귀 말씀이라요...ㅋㅋㅋㅋ
힘들게 오르기를 1시간, 넓은 공터에 올라 후미그룹을 기다린다.
등산화의 물도 비우고, 비상용으로 아껴둔 떡도 하나씩 나누먹고...
10여분 지나자 후미그룹인 이분영씨가 회장님과 함께 도착하고,
중간에서 월봉산으로 갔던 이재무 회장님과 백두회 총무님이 오신다.
반바지 차림의 이재무 회장님은 바위에 부딪쳤는지? 아님 넘어졌는지? 다리를 끓힌것 같다.
그런데 왜 이재무 회장님은 반바지를 입어실까?
자신감일까? 아님 멋쪄 보일려고?ㅎㅎㅎ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회장님 참 멋있는데...
아무튼 많이 아프실것 같다.
이러한 예기치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산행땐 꼭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게 좋을것 같다.
“월봉산 까지 왕복 1시간 걸린다고? 말도 마라 가도가도 월봉산은 안나오더라~”
“월봉산에 가긴 가신겁니까?”
“......”
 
10여분의 휴식을 취하고 저멀리 우뚝솟아 있는 거망산을 향해 출발.
거망산까지 가는 길은 온퉁 싸리나무와 참억새밭으로 가을철에 오면 장관을 이룰것 같다.
거친 오르막을 올라 산 정상에 올랐다.
“어떻게 정상 푯말 하나 없어?”
“거망산 정상이 아닌가 봐요”
“여기보다 더 높은데가 없는데???”
“조금 더 가야해여~”
이만재 회장님이 조금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이쪽으로 가야하나? 저쪽으로 가야하나?
갈림길에 망설이다 거망산을 물으니 오른쪽으로 조금더 가면 거망산 정상이라고 한다.
바위길을 조심조심 내려서 다시 오르기를 10여분 거망산 정상이다.

거망산 정상-등산화와 바지를 보니 고생한 흔적이 그대로...
 
 
11 : 25
거망산 정상 도착.
6.25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이 활약했던 곳으로,
국군 1개 소대가 무기를 다 뺏앗기고 겨우 목숨만 건졌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빨리 사진이나 한장씩 찍고 가자고~”
예상 대로라면 지금쯤 하산해야 할 시간인데 아직도 황석산까지 1시간 30분,
하산가지는 약 3시간은 더 가야하는데 음식은 떨어지고, 조금씩 지치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그나마 날씨가 흐린게 우리를 도와주는 것 같다.
만약 햇볕나는 산행이였다면 탈진하고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년 4월말 가야산 무박산행때 땡볕에 탈진할 뻔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옷과 신발은 어차피 젖었고, 많은 비가 올것 같지 않아 난 베냥만 커버를 쒸웠다.
“어찌된 일인지 이환호 대장님이 우의(판초이)를 입으면 비가 안오고, 벗으면 비가 오네요”
이분영씨 얘기에 생각해 보니 그런것 같다.
“글쌔..이상하게 그렇네...”
“그러니 행님이 계속 판초이 입고 가세요ㅋㅋㅋ”
“허~이거 참...어쩔수 없지ㅎㅎㅎ...”
그래서 이환호 대장님은 덥지만 판초이를 계속 입고 갔고 그 덕분인지 더 이상 비는 오질 않았다.
황석산까지 가는 길은 무척이나 힘들다.
올라 갔다 내려 갔다를 몇번을 반복하더니 사람은 녹초로 만든다.
거망산과 금원산이 육산이라면 황석산은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워진 바위산이지만 안개로 인해 산새의 위용은 볼수가 없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밧줄이 있기는 하지만 비가 와서 미끄럽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기도 하다.
먼저 온 자유백두회 회원들께서 정상에 오르지 말고 그냥 하산 하자고 한다.
“지끔까지 고생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을 안가시면 어떡해요?”

거망산을 지나 황석산으로...

황석산성

수직에 가까운 황석산 정상 오르는 길
 
13 : 45
거의 직각에 가까운 가파른 오르막을 밧줄에 의지해 정상에 올랐다.
그 다음 김석호, 이환호 대장님, 이만재 회장님 그리고 쓰러질듯 쓰러질듯 하면서도 잘 걷는 이분영씨까지
우리 늘푸른회원 5명만 정상에 올랐다.
비록 백두회 만큼 빨리는 못 가지만 끝까지, 정상까지 완주하는 늘푸른 화이팅~~~
하지만 너무 허무하다.
정상에 오르면 덕유산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며 전망이 빼어나다고 들었건만,
작은 황석산 표지석만 딸랑 하나 있고,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하얀 안개 뿐이다.
바위 위라 장소도 좁고 위험하기도 하여, 단체 사진은 찍지도 못하고 독사진 한장씩 찍고 내려갔다.
정상 아래엔 그 유명한 황석산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1597년 임진왜란때 왜군에 항거하다 성이 무너지자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절벽아래로 몸을 날려 죽어 간 곳으로 황석산 북쪽바위 벼랑에는 지금도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고 한다
(직접 보지는 못했슴)
하산길도 쉽지도 않다.
하산길인데도 자꾸 올라간다. 그러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오른쪽 계곡쪽으로 하산했는데
그 길이 여간 힘들지 않다.
경사가 심하고 땅이 젖어 있어 무척 미끄럽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두가 코스를 잘 못 들었다고 한다.
1시간 넘게 계곡길을 헤메다 임도에 도착하여 밤나무 숲을 지나 유동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16 : 00
먼저 온 회원들이 평상에 앉아 고기를 굽고 있다.
이환호 대장, 김석호 대장과 함께 용추계곡에서 시원하게 알탕을 하고
불고기에 더덕주 한잔 들이키니 그동안의 힘든 여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16 : 50
서울로 버스가 출발하자 모두들 피곤한지 잠속으로 빠져 든다.
 
※ 보너스...
고생은 하였지만 잊지못할 산행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신 자유백두회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8시간 걸린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고생하신 이분영씨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자유백두회 다음산행은 8월 다섯째주 “지리산 종주”라고 하던데 구미가 댕기기는 합니다만...
 
산행한지 1주일이 다 돼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
머리통 짜내면서 주절주절 후기라고 썼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회원님께 감사 드립니다.
200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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