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1,240m), 운문산(1,195m) 종주

 

언제 : 2009년 6월 6일~7일(무박)
위치 : 경남 밀양, 양산, 경북 청도, 울산시 울주군
산행코스 : 운문령-상운산-쌀바위-가지산-운문산-상운암-석골사
산행시간 : 총 9시간 30분 (점심시간 40분, 운문산 정상 20분, 족탕 20분 기타 포함)

 

지난 며칠동안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던 영남알프스 무박산행이 다가왔다.
2년전 영남알프스 중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 무박산행을 하였지만
반쪽만 한것 같아 늘 마음 깊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최고 높이라는 가지산을 비롯하여
상운산과 운무산을 산행함으로써 영남알프스를 완주하게 되어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

 

* 산행 진행도. 우측 운문령에서 좌측 운문산으로 산행함.

 

 

산의 높이는 얼마인지? 산의 특색은 무엇인지? 산행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산행중 빠뜨리지 말고 둘러봐야 할 곳은 무엇인지?
틈틈히 내 나름대로 알아보고 오늘이 오기를 기다려 왔다.

 

2009년 6월 6일
연휴로 이어지는 주말 밤, 조금은 덜떠 있을것도 같은 부천 거리도 현충일 밤이여서 인지 차분히 어둠을 맞이한다.
랜튼과 도시락 그리고 갈아입을 옷가지 몇개를 준비하여 대문을 나선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오늘밤을 함께 할 사람들이 기다리는 소사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누가 올까?
몇명이나 올까?
일출은 볼 수 있겠지?
하늘도 한번 쳐다보면서 소사역에 도착한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오랫만입니다.”
“아니구야~누나도 왔네~~”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잡지만 참석인원이 많지 않아 조금은 아쉽다.
이제 나이도 있고, 무릎도 안 좋은신 분들이 많아 무박산행은 참석인원이 점점 줄어드는가 보다.
아~옛날이여~~~

 

6월 6일 오후 10시 정각
“혹시 오실 분 계세요? 없으시죠? 그럼 출발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시와 함께 버스는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총무님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차안의 분위기도 들떠고
맛있게 튀겨 온 후라이드치킨 안주 삼아 소주 한잔씩 주고 받으며 정겨운 시간 보내며 달려오기를 2시간,
첫번째 휴게소에 잠시 들러고, 자정쯤 소등과 함께 모두들 잠을 청한다.
......

 

2010년 월드컵최종예선 UAE전 축구경기가 2:0으로 기분좋게 마무리 되면서 버스도 

서 울산 톨게이트를 벗어나 목적지인 운문령에 가까워진다.

산행들머리인 운문령. 자욱한 안개로 시계가 30m도 안된다.

경상북도와 울산시 울주군의 경계이다.[사진/을지문님]

 

 

6월 7일 새벽 3시 40분
밤새 달려온 버스는 경상북도와 울산시의 경계인 운문령에 도착한다.
가지산 산행의 들머리는 석남터널에서 오르는 것과 운문령에서 오르는 것
두 곳 인데 거리는 석남고개쪽이 짧지만 오르막이라 힘이 들고, 운문령은 시간은 더 걸리지만 운문령이 가지산 8부 능선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상 3~40여분 더 걸리지만 쉽게 정상에 오를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쪽을 이용한다.

운문령 주변은 온통 안개로 가득하고 안개 때문이지 기온이 싸늘하다.
랜튼과 자켓을 준비하고 간단한 기념사진 한장 찐~하게 박아두고 대장님의 지시하에 산행을 시작한다.
부족한 잠에 피곤도 할텐데 발걸음도 가볍게 오르기 시작한다.
단 한분, 우리 고문님만 빼고...
“고문니임~, 역으로 타시기로 했잖아요?” 하고 말을 부치자
“아~너무 많이 마셨어. 이영오 자슥이 불러내는 바람에...미안해요~~”
하면서 한발 한발 힘들게 내딛는다.
불안한 마음에
“괜찮겠어요?” 하자
“그래 괜찮아~ 하여튼 너들이 고생이 많다. 미안해~~~”
10여분 오르자 갈림길이 나온다.
큰 도로를 따라 가다 다시 우측 등산로로 올라선다.
여기서 상운산을 들러지 않고 큰 도로를 따라 가면 쌀바위, 전망대까지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시간도 30여분 단축된다.
쌀바위, 전망대까지는 차도 오를 수 있을 만큼 길이 좋다.

별도 달도 없는 안개속을 걷는 산행길을 그나마 안개비로 세수한 초록잎이 맑은 얼굴로 랜튼 불빛에 부끄러운듯이 고개 숙이며

우리들은 반겨준다.
상운산 정상(1,114m)까지는 별 힘든 코스없이 산행시작 약 1시간 10여분만에 정상에 올랐다.
주위도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지만 아직도 안개는 자욱하다.
이러다 일출을 못보게 되는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랜튼도 가방속에 집어 넣고, 정상주도 한잔하며 새벽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한다.

1시간 10분만에 오른 상운산 정상[사진/을지문님]

 

 

가지산으로 가는 길은 오솔길 같은 숲속 산행길이다.
20여분 지나자 회장님이 뭔가 이상하단다.
선두가 길을 잘 못 든것 같단다.
무전기로 선두를 부른다.
“선두 선두 나오세요~~” 회장님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여기는 선두입니다. 말씀하세요”
“길을 잘못 든것 같습니다. 쌀바위로 가야하는데 이쪽은 하산길입니다.”
“쌀바위는 가지말자고 해서 직진했는데요”
“가지산을 갈려면 쌀바위를 꼭 지나야 합니다. 그러니 다시 빠꾸하시길 바랍니다.”
후미에 있던 우리는 신났다.
“별일이야~우리가 선두네~흐흐흐”
“그러게... 빨리 간다고 자랑할게 아니라니까?”
10여분 빠꾸하여 삼거리 이정표까지 되돌아 왔다.
이정표엔 [쌀바위,정상] 이라고 되어 있는데 선두가 [쌀바위정상]으로 잘못 본것 같다.
그래서 쌀바위는 안갈꺼니까 바로 직진 했나 보다.

선두가 길을 잘못 잡은 문제의 이정표.

좌측 쌀바위, 정상으로 가야하는데 운문사 쪽으로 갔으니...

 

 

쌀바위 위쪽의 웅장한 암벽 모습.

위에 추모비가 세워져 있음.

 

 

쌀바위 전망대, 안개속에 쌀바위가 뿌엿게 보인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10여분 내려서자 안갯속에 크다른 쌀바위가 우뚝솟아 있고
그앞에 전망대가 안개비에 젖은채 우리를 맞는다.
참고로 산행 들머리에서 큰 도로를 따라 오면 여기까지 바로 올 수 있다.
아직도 산 전체를 덮고 있는 안개로 인해 전망대는 작은 쉼터 일 뿐이다.
전망대앞에 세워놓은 사진들로 전망대에서의 아름다운 조망을 상상해 본다.
전망대옆에 있는 쌀바위...인간의 욕심 때문에 지금은 쌀 대신 물이 나온다는 쌀바위,
그 전설을 뒤로 한채 쌀바위 위로 오른다.
여전히 짙은 안개로 조망은 좋지 않다.
한쪽에 산악인 추모비가 을씨년스럽게 세워져 있다.
계속되는 나무계단을 따라 안개가 자욱한 능선길에 올라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만에 가지산 정상에 도착한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쌀바위 위쪽으로 오르는 계단 

 

 

오전 07시
온 몸이 안개와 땀에 범범이 되고, 일출을 볼 수 없는 조금은 아쉬운 산행이지만 1,240m 가지산 정상에 오르자 감회가 남다르다.
누가 말했던가?
자연은 우리에게 그 아름다움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고...
오늘 못 보면 다음에 또 오면 될텐데...
한번에 모든것을 가지려했던 인간의 조급함을 자연은 깨우쳐 주는것 같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지산 정상.

짙은 안개로 몇십m 앞을 구분하기도 힘들다.

 

 

정상아래 대피소 주변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가지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하나 있다.
TV에도 나왔던 “지산”이라는 누렁이다.
아주 복스럽게 생겼는데 가지산 정상에 있다고해서 “지산”으로 불리는데 진돗개라고 한다.
이 녀석이 아주 웃겨서 돈 맛을 아는지, 등산객들이 주는것은 아무것도 받지 않지만 돈만 주면 바로 물고 주인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또 등산객에게 간다. 돈 달라고`~ㅋ ㅋ
주인이 와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시키면 앞발을 앞으로 쭉 뻗어면서 몸을 앞으로 숙이는 인사까지하니...
모두들 웃겨서 죽는다고 난리다.
“지산아~니가 고생이 만타~~~”
“건강히 잘있거라~”

유난히 돈을 좋아하는 지산이...

 

 

오전 07시 40분
“지산”으로 인해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운문산으로 향한다.
운문산까지는 아직도 4시간은 더 가야 한다.
철쭉과 억새로 우거진 능선길을 따라 산행을 이어간다.
만약 날씨가 좋았으면 어떠했을까?
조망은 좋았겠지만 6월의 따가운 햇살에 무척 산행이 힘들었으리라 생각하니 안개낀 날씨가 고맙기도 하다.
그때그때 변하는게 어쩔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겠지...
30여분 후 전망대바위 삼거리에 도착한다.
그렇지만 여기도 안개로 전망은 하나도 볼 수 없다.
우리 고문님 술이 아직도 안깨었는지 힘이 드시는지 바닥에 그대로 들어 눕는다.
“야~좀 쉬었다 가자...”
그래도 여기까지 오신게 대단하십니다.
10여분 쉬었다 또 출발이다.

가지산으로 향하는 주능선

 

 

전망대 삼거리, 그러나 전망은 없다. 역시 안개뿐이다.

 

 

아랫재 가운산방

 

 

오전 09시 30분
산행시작 5시간 40분만에 아랫재에 도착한다.
먼저 온 일행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아래로 빠질 궁리를 하고 있고, 통나무로 지워진 “가운산방”이 우리를 맞는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안 않았는지 안에도 잡초며 허름하기 그지없다.
모두들 힘들어 하신다.
여기서 바로 하산하자고 하신다.
그렇지만 하산하기엔 너무 아쉽다.
언제 또 올지도 모르고, 지금 안가면 운문산은 영영 못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운문산까지 가자고 바람을 잡는다.
결국 몇분은 바로 하산하고 우린 운문산으로 향한다.

안개속에 갇힌 운문산을 향하여 고...[사진/을지문님]

 

 

아랫재에서 운문산 오르는 길은 철쭉, 억새, 잡목으로 우거진 가파른 오르막이다.
뜩뚝 떨어지는 땀방울과 씨름하며 오르기를 1시간,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올라서니 맑은 하늘과 함께 운문산 정상이 눈앞에 들어온다.

 

 

오전 10시 40분
산행시작 7시간만에 운문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모두들 힘들어 하면서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환호성을 지른다.
여전히 자연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비경을 볼 기회를 주지 않는것 같다.
하지만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운무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사진/을지문님]

 

 

운문산 정상에서 운무사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운무가 장관입니다.

 

 

선두그룹은 1시간전에 벌써 내려간 것 같다.
운문산 조망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채 석골사쪽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은 산죽 너덜길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니 지친 몸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30여분 내려서자 상운암에 도착한다.
작은 암자로 냉장고 물보다 더 차가운 샘물 맛이 일품이다.
20여분 내려오자 계곡에 수많은 돌탑을 쌓아 놓아 눈길을 끈다.

계곡에 이런 돌탑이 수없이 쌓여 있다.

 

 

 

 

맞은편 병풍바위(?)가 멋진 장면을 연출해 주고, 시원한 족탕으로 피로를 풀고,
하산한지 약 2시간만에 석골사에 도착한다.
석골사는 신라중기때 세워진 사찰로 한국전쟁때 빨치산 소탕작전으로 소실되었다가

1965년에 다시 지어진 아담한 사찰이다.
사찰을 지나자마자 높이가 50여m는 돼 보이는 석골폭포가 가느다란 물줄기를 내뿜는다.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아쉽다.

석골폭포

 

 

오후 1시 20분
점심상이 마련돼 있는 “청림산장”에 도착하므로써 총 9시간 30분의 긴 산행이 끝났다.

비록 안개로 알프스의 멋진 조망은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느끼며 멋진 산행을 하였다.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것 같다.

산행준비에 애쓰신 총무님, 잘 이끌어 주신 수석대장님을 비롯한 대장님들과 회장님

그리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급하게 쓰다보니 많이 부족합니다만 끝까지 읽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09. 6. 9. 파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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