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과 함께한 주흘산

 

2009년 11월 15일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던 생각은 바람속에 묻혀버리고

옷깃을 스며드는 찬바람에 모두들 버스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지만 오늘따라 버스도 20여분이나 늦게 도착한다.

지난 14일 토요일, 무등산 가자는 달콤한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조령산의 산방으로 인해 맞은편의 주흘산을 향해 출발한다.

 

주흘산...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산으로 소백산맥에 솟아 있으며

주봉과 영봉 그리고 6개의 암봉으로 된 부봉으로 이루워진 산이다.

조령천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조령산과 마주보며 월악산, 포암산, 신선봉, 대미산 등과 함께 충북과 경북의 경계를 이루고

주변의 큰 산들이 많지만 주인주(主)자를 쓰는것은 이 산이 문경의 진산이며 산의 자태가 워낙 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의 대부분의 산들이 서울쪽을 보고 있는 산세지만 주흘산 만이 남쪽을 보고 있는것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09시 45분...

조령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눈 녹은 도로는 마치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듯이 깨끗하게 단장하고,

길가의 붉은 단풍잎은 겨울바람에 견디기 힘든듯이 안쓰럽게 메달려 있다.

 

 

10시 20분

새제 옛길을 따라 조령3관문에 도착

 

 

3관문 아래에 있는 "책바위", 

옛날 한 부부가 하늘에 지성을 드려 천신만고 끝에 아들을 얻었으나 그 아들이 허약해져 도사에게 물으니

“당신의 집터를 둘러싼 돌담이 아들의 기운을 누르고 있으니 아들이 담을 직접 헐어

그 돌을 문경새재앞 쌓아 놓고 지극정성 기도를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라고 하여 매일 돌을 날라 쌓으니 아들의 몸이 튼튼해져 장원급제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후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한다는 전설 내려오고 있으며 그 쌓은 돌을 책바위라고 불린운다.

지금도 입시철이면 합격을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하얀눈 위에 난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생각치도 않은 첫눈 산행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발한발 내딛는다.

 

 

11시 15분...

첫 이정표인 동암문 입구 도착

 

 

이렇게 많은 눈이 쌓힌 이곳에도 산불이 날려나???

이정표를 지나 부봉쪽으로 오를수록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모두들 미처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해 조금은 힘들어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봉의 웅장한 모습이 들어난다.

 

 

11시 32분...

부봉삼거리 이정표.

아이젠도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 부봉 등정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움속에 주흘산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주흘산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엔 많은 눈이 쌓여 산행이 조심스럽다.

 

 

부봉을 지나 영봉을 가는 길은 암봉으로 이루워져 있지만 곳곳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지만 겨울철 산행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다.

봄이나 여름철에 와도 소나무와 바위가 함께 어우려진 절경이 멋있을 것 같다.

 

 

맞은편에서 바라본 부봉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얀눈으로 덮힌 부봉

 

 

소나무 뒤로 보이는 우뚝솓은 저 산의 이름은 뭘까?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지금 이순간 이 아름다운 절경을 볼 수 있는 이곳에 서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런지...

 

 

12시 50분...

숨이 턱밑을 치고 올라오고 서서히 허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산행시작 3시간만에 주흘산 영봉(1,106m) 도착함.

주흘산에서 제일 높은데도 주봉이 아니고 영봉으로 불리운다.

여기서 점심을 하려다 세찬바람에 잠시 머물다 주봉으로 향한다.

 

 

영봉에서 주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하얀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부드러운 육산이다.

얇은 장갑으로 세찬바람에 손가락이 얼었는지 몹시 시렵지만 활짝 핀 눈꽃으로 산행이 즐겁기만 하다.

 

 

13시 24분...

산행의 또다른 즐거움인 식사시간, 눈밭에서 비벼먹는 비빕밥이 천하별미일세...

 

 

14시...

주흘산 주봉(1,079m)도착.  파란하늘, 흰구름, 탁트인 조망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조심조심...질퍽거리는 가파른 하신길이 너무나 미끄럽다.

 

 

14시 17분...

제1관문으로 향하는 이정표. 여기서 주차장까진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됨. 

하산길은 눈과 낙엽으로 뒤덮혀 있어 몹시 미끄럽다.

 

 

15시 37분...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촬영이 한창인 제1관문 도착.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약 10여분 더 소요됨. 

 

약 6시간의 산행, 준비없이 맞은 눈덮인 등산로와 정상부근의 세찬바람으로 손가락이 동상을 입었는지 아직도 얼얼하지만

올 겨울 첫 눈산행을 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습니다.

끝까지 함께 고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파란별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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