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개비와 함께한 시산제 산행
2016. 3. 13(일) 도담산우회 / 겔럭시 노트5 & 니콘 d7200+시그마 c17-70mm
오랫만에 부천을 벗어나 서울에 있는 도담산우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세명이 가기로 예약을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두분이 불참을 통보해와 어찌할까 망설여진다.
혼자라도 가볼까? 아니야 혼자 가긴 좀 거시기한데? 어찌할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가자~~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는 산악회라고해서 별거있겠나?
서울 사람이라고 날라다니지는 않겠지? 서울 사람 아니라고 무시하지는 않겠지?
오늘은 시산제라는데 선물도 줄끼고, 떡이며 먹을거리도 많겠지...가보자~
신도림에서 출발한 버스는 사당을 거처 양재-천호동을 경유하여 오전 8시 55분쯤 축령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새벽 5시 40분 집을 나서 신도림 5번 출구로 나가 버스를 찾으니 없다.
출발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마음은 급하고 버스는 없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스마트폰으로 다시 카페를 검색해 보니 출발지가 분명히 신도림 4, 5번 출구라고 돼 있는데 없다.
혼자 왔으니 다행이지 다른 분과 같이 왔다면 아마 화내며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파란마음님께 연락을 해서 겨우 겨우 버스를 찾게 되었다.
산행도 하기전에 이마에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아마도 오늘 산행이 짧으니 미리 운동한 것이라고 좋게 생각하자.
결론은 4번과 5번 출구는 안전 반대 방향으로 5번 출구로 나오면 절대로 산행버스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게하여 도착한 축령산 휴양림 주차장, 벌써 여러 산악회에서 와 있고 하늘에선 진눈개비가 내린다.
오전 9시 05분...산행을 시작합니다.
안내판을 한번 쳐다보고...
축령산은 조선왕조를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에 사냥을 왔다가 한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山神祭)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산 정상에 올라 제(祭)를 지낸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때부터 고사(告祀)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祝靈山)”으로 불리어지게 되었다.
주차장-수리바위-남이바위-정상-절골-휴앙림-주차장으로의 원점산행으로 약 3시간 예상된다.
주차장 앞 얼음조각상이 봄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진눈개비는 점점 거칠어지고, 진눈개비가 함박눈으로 변하길 기대하며 도로를 따라 오른다.
한 5분 올라 왔나요? 우측으로 올라갑니다.
파란우산, 파란베냥, 빨강베냥, 파란우의...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올라갑니다.
어라~~가로 질러 가는 분도 있네? 뭐가 급하다고 질러가시나요?
울긋불긋한 둥그런 산행 모습이 참 아름다운데...옥에 티랄까???
하기샤 세상 어딜가나 새치기 하는 사람은 꼭 있으니 이해하자.
시산제라 다른 산악회에서 많이들 참석하신것 같다.
힘들고 어러운 세상, 산악회도 많고도 많으니 서로서로 상부상조 하면 좋겠지...
9시 25분...잣나무숲을 20여분 헐떡거리며 올라오면 능선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겨울, 차가운 눈바람에 지친 나무들이 벌거벗고 쓰러져 안타깝다.
어서빨리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바닥에 눈이 쌓여 있지만 아직은 걸을만 하다.
나목 사이로 줄지어가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9시 40분...주차장에서 약 35분, 첫 이정판을 만나고...
다시 능선을 따라 올라갑니다.
위험한 곳은 안전시설이 되어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
9시 51분...나무사이로 숨은 "수리바위"를 만나고...
축령산은 옛부터 골이 깊고 세가 험해 다양한 야생동물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중 독수리가 유난히 많았는데, 이 바위를 멀리서 보면 독수리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수리바위"라고 불렀다 한다.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독수리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수리바위 위 전망대에 올라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오늘날 정치, 경제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눈이 오던지? 비가 오던지? 아니면 햇볕이 나던지? 확실했으면 좋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리멍텅한 것은 정말 싫다.
바위를 오르는 코스를 만나고,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좌로 우회하는 코스로 갈린다.
바위가 그리 높지 않고, 밧줄이 있으니 줄 단디 잡고 바위로 올라 가 봅니다.
바위를 오르는 모습이 멋쪄요~~
바위에 눈이 있어 미끄럽기는 하지만 짜릿한 스릴도 느끼고 산행의 재미가 배가 된다.
우리네 인생도 너무 밋밋하면 재미가 없다. 가끔은 변화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너무 큰 변화는 하지 말자. 그러나 밥도 못 얻어 먹을지도 모른다.
바위를 올라서니 큰 소나무와 전망대가 반겨준다.
전망대는 필요가 없으니 팽게치고 아이젠을 챙긴다.
그냥 올라도 되지만 실수라도 해서 넘어지면 나만 손해, 안전이 최고다.
이제 엉덩이 살도 많이 빠지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엉덩이 너무 아파~~~요.
소나무 뒤로 펼쳐지는 조망이 멋있을것 같은데...아쉽다.
[여기까진 겔럭시 노트5로 촬영, 이후로는 니콘 d7200으로 촬영하였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는듯 마른 나뭇잎을 붙잡고 있습니다.
나무가지에도 하얀 눈이 감싸고 있습니다.
운무가 점점 짙어지고...
가시거리가 50m도 않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세지 않을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이곳이 남이바위인가?
남이 바위의 유래는 조선시대의 명장이였던 남이장군이 유비무환의 마음으로 국난에 대비하기 위해
한성의 동북 요충지인 이곳 축령산에 자주 올라 지형을 익히고
휴식을 취하고 하였다하여 "남이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암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위 아래 조망, 하얀 천막을 걷어내면 아름다운 풍광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짐작하며 지나갑니다.
참고로 남이장군은 세종 23년(1441년)에 태어나 17세에 무과에 합격하고
26세에 "이시애의 난"과 여진족을 격퇴하여 병조판서에 올랐으나
유자광의 모함으로 27세의 젊은 나이에 참수를 당했다고 한다.
요상하게 생긴 바위덩어리???
안전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바닥이 눈길이라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떨어지면 죽겠죠? 그러니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상당히 정체되는 지점이였습니다.
안개로 덮힌 우측의 풍광은 어떤 모습일까?
남이장군도 축령산의 멋진 조망을 즐겨 찾았다고 하던데...
꽃피는 봄날에 다시 찾고 싶다.
시야가 흐려 더 위험해 보입니다.
울퉁불퉁한 바위능선을 지나고...
큰 암벽 밑으로 난 등로를 따라 살짝 위험스런 구간을 지나가고...
10시 47분...정상 500m 앞 이정목을 만나 기운을 다시 내어 봅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운무는 더욱 짙어진다.
바람이 불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10시 52분...헬기장을 지나고...
마지막 힘을 내어 봅니다.
11시 04분...산행을 시작한지 약 2시간 5분, 축령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축령산은 광주산맥이 가평군에 이르러 명지산과 운악산이 솟구치며 내려오다가
한강을 바짝 앞에 두고 형성된 암산으로 해발 886m의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축령산과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코스로서 짧은 시간에 정상 도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봄에는 서리산 정상의 철쭉꽃, 여름에는 바위와 숲이 조화된 시원한 계곡,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 겨울의 설경 등 뚜렷한 계절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는 돌탑이 있고, 운악산과 청우산, 천마산, 철마산, 은두봉, 깃대봉 등이 보인다지만....
정상에서의 하산은 절고개에서 잣나무숲을 지나 다시 자연휴양림-주차장 쪽으로 내려오거나,
좀더 긴산행을 원하시면 절고개에서 직진하여 서리산(상산)에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주차장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뛰어난 조망도 운무로 앞을 볼수도 없고,
인증샷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정상을 벗어나고파 서둘러 하산한다.
절고개까지 680m를 가리키는 이정목, 20여분이면 갈 수 있겠다.
하산길도 만만치가 않다.
바람도 불고 미끄럽기도 하고 경사도 가파르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운무에 더욱 조심스럽다.
다행히 로프가 되어 있어 조심하면 사고날 구간은 아니다.
난 아이젠을 하여 별문제 하산을 할수 있었지만
낙엽위에 쌓인 눈은 아이젠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런 존재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3월까지는 아이젠을 늘 가지고 다녔으면 좋겠다.
11시 28분...정상에서 20여분, 절고개에 도착한다.
서리산까지 2.1km로 얼마되지 않는다.
동행자만 있다면 서리산까지 가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휴양림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운무가 잔뜩 깔린 잣나무숲, 왠지 운치있어 보인다.
11시 40분...절골사거리에서 약 12분, 잔디광장에 도착하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설경을 카메라에 담아 두고...
11시 48분...산을 빠져 나오니 잔디광장으로 오르는 도로와 만납니다.
잔디광장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 왔으면 좀더 편하게 왔을텐데...
도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30여분 내려 갑니다.
도로 옆으로 핀 눈꽃을 감상하며 내려갑니다.
서리산에서 내려오는 갈림길을 만나고...
굳게 닫힌 화장실, 급한데 어쩌나...
시산제라 축령산 신령님도 보고 있을텐데 아무데나 쌀수도 없고, 그렇다고 붙잡고 갈수도 없고...
어서 서둘러 내려가자.
휴양림으로 건너가는 출렁다리를 지나쳐 그냥 도로를 따라 내려 갑니다.
솔내음쉼터에서 피톤치드 흠뻑 마시며 쉬었다 가고 싶다.
1995년에 개장한 축령산휴양림을 지나갑니다.
1만여평의 철쭉군락지와 사시사철 푸른 5~60년생의 잣나무가 가득한 축령산 휴양림은
자연과 함께 숨쉬며 스트레스와 지친 심신을 말끔히 씻고 삶의 윤기를 더해 주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휴양림이다.
그래서인지 겨울임에도 야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네요.
이렇게 축령산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정상에서 하산한지 1시간 10분, 잔디광장에서 약 35분 걸렸네요.
총 산행시간은 약 3시간 10분 소요되었습니다.(점심 없이)
하산후 치루어진 도담산우회 시산제.
회원들의 정성을 어여삐 여겨 올 한해 늘 무탈하고 즐건산행이 되도록 보살펴 주실 것을 기원합니다.
더불어 도담산우회의 발전도 기원합니다.
덧붙여 오랫만에 동참하게 되어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신경 써주시고, 편하게 대해 주신 파란마음님과 햇살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도림으로 돌아가는 버스안, 한강을 보며 즐거웠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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