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교동시장
2018. 1. 27(토) 니콘d750+니콘 24-120N
매서운 강추위가 계속되는 1월 마지막 주말
비록 날씨는 춥지만 오랫만에 대기도 깨끗하여 어디론가 가자고 한다.
철원 얼음축제장으로 가려다가 그곳은 너무 복잡할것 같아 강화 교동도에 가보기로 하였다.
교동도는 강화도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면으로 북부 해안선은 휴전선의 남방 한계선이 된다.
따라서 해안선 너머로는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 보고 있다.
연백군까지는 거리로는 3km, 배로는 10여분이면 갈 수 있다.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고, 길이가 3.44km인 사장교이다.
2014년 7월 1일 개통되어 배로 건너던 예전에 비해 교동도를 가기가 한층 쉬워졌다.
교동도를 건너와 해방대 검문소를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구저수지"를 만납니다.
한쪽엔 얼음낚시가 한창이고, 꽁꽁얼어 붙은 저수지 너머로 북한의 연백군의 산들이 보이네요.
오후 1시가 넘어 도착한 교동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안내도를 살펴 봅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관계로 화개산과 연산군 유배지 등은 다음에 가보기로 한다.
먼저 점심을 해결한 후 대룡시장만 둘러 보기로 하고 초등학교 쪽으로 내려 갑니다.
1913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으니 개교한지가 110년이 넘었네...
개교 110년이 넘은 교동초등학교
60년대 시골 마을 같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 봅니다.
금방이라도 저 앞에서 어머님이 나와서 반겨 주실것만 같다.
교동 대룡시장은 한국전쟁때 황해도에서 전쟁을 피해 잠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가
다시 되돌아 갈 날이 어럽게되자 생계를 위해 고향인 황해도 연백군에 있는
시장을 본떠서 만든 골목시장이다.
골목의 낡은 건물들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건축자재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람도 없고, 찬 바람 만큼이나 쓸쓸합니다.
드라마 촬영도 해서 유명해진 다방, 일단 점심부터 해결하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벽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입가에 웃음도 띠게 한다.
교동도는 아직은 청정지역이라 제비들이 많이 온다고 하네요.
피난 왔을때는 청춘이였을텐데...
TV 예능프로 1박 2일에서도 촬영되어 더욱 유명해진 대룡시장
소머리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뜨끈뜨끈한 국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옛날 교복을 보니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이곳 교동스튜디오에서는 추억의 옛날 교복을 입고 흑백사진을 남길 수 있는 관광체험시설입니다.
대룡시장 중앙에 위치한 교동극장
옛날 우리 마을에도 낮 12시가 되면 경찰서 옥상의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려대곤 하였지...
학교 땡땡이치고 만화방에서 놀다가 혼난적도 있었고요...
대룡시장의 명물이라는 호떡을 먹고 싶었으나
강추위로 관광객들이 뜸하자 오늘은 장사를 안한다네요...
호떡 먹으러 봄에 다시 와야 하나???
드라마 촬영했다는 다방으로 들어가봅니다.
다방 안은 옛날 모습 같은데 썰렁하네요.
주인 아주머니도 손님에겐 관심도 없고...그냥 나왔습니다.
몸도 녹이고 쌍화차도 한잔 하고 싶어
호박넝쿨이 길게 늘어진 교동다방으로 들어가 봅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벽이며, 천장에 온통 종이가 메달려 있다.
이곳을 들린 손님들이 감사함을 적은 종이가 빈틈없이 가득 메달려 있다.
옆집 다방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쌍화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종이에 쓰인 내용도 읽어 보고,
처음 본 손님들과 옛날 얘기도 하며 쌍화차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20여분 후 계란은 깊숙이 감추고, 대추와 잣을 듬뿍 담은 쌍화차(\6,000원)가 나왔습니다.
이것만 마셔도 배 부를 듯 합니다.
다방을 나와 대룡시장의 또다른 명물인 찹쌀로 만든 꽈베기,
먹을려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꽈베기도 그냥 지나 칠 수 없었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가게안으로 들어가 편하게 맛볼 수 있었다.
오직 찹쌀로만 한다는 사장님, 증말 졸깃졸깃 맛있었습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큰 길가에 빵집이 생겨 꽈베기도 팔아서 신경이 조금 쓰이신다고...
그래도 수십년 동안 해 온 이 찹쌀꽈베기 맛만 하겠어요~힘 내세요. 사장님~~
소소한 소품들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약국도 아니고 약방
조선나이키? 구경하고픈데 없네요.
교동대교가 개통되고 대룡시장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새로운 건물과 가게들이 생겨 나는데 돈 앞에 대룡시장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초등학교 시절 쥐 많이 잡아오면 빵도 주고 했었는데...
그땐 왠 놈의 쥐가 그리도 많았는지...
저녁에 잠을 잘라고 하면 천장에서 난리를 치는지 잠을 잘수가 없었다.
이 다음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였던가???
마치 어린시절 고향을 찾은 느낌입니다.
광복 당시 교동도 인구는 8,000명이 넘었고,
전쟁을 치르며서 피난민이 몰려들어 한때 12,000명이 훌쩍 넘었지만
산업의 발달과 젊은이들의 도시로 떠나면서 이제는 3,600여명에 불과하다.
50여년간 교동도의 경제발전의 중심지였던 대룡시장도
지금의 대룡시장을 만든 어르신들은 대부분이 돌아가시고 시장규모도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교동대교의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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