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에 정신이 어질어질
2018. 2. 11(일) 해동산우회, 니콘 d750+니콘 20 F2.8d
칼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을 찾았다.
소백산은 한반도의 중심에 우뚝솟아 백두대간의 장대함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민족의 명산으로 형제봉을 시작으로
신선봉,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등 명봉들이 웅장함을 이루고 있다.
충북에서는 70년 속리산, 1984년 월악산에 이어 1987년 세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소백산의 사계는 봄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의 야생화,
만산 홍엽의 가을단풍과 백색 설화가 만개한 정상 풍경은 겨울 산행의 극치를 이루는 곳이다.
어의곡리-비로봉-천동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약 12km)로 약 3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점심패스)
9시 40분경 어의곡리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하자 공단 직원들이 달려온다.
어제밤 포항에 있은 진도 4.6의 지진으로 인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입산을 금지한다고 한다.
포항 지진과 이곳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했드니...
소백산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지진으로 인해 낙석 위험이 있다하여 금지한다고...
집행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회원들은 화장실을 갖다 오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잠시후 공단 직원이 10시부터 입산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9시 59분] 서둘러 베냥을 챙겨서 안내판 우측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비로봉 쪽으로 오른다.
6월초에 국망봉 산행때는 좌측 "늦은맥이" 쪽으로 오르면 될 것이다.
텅빈 탐방안내소를 지나고...
어의곡리에서 천동 탐방안내소까지 약 12km로
집행부에서 3시까지 하산하라고 하였다.
겨울철이 아니면 충분한 시간이지만 겨울산행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산행객들이 많지는 않다.
눈꽃도 없고 찬 기온만 감돌아 산행길이 어째 오싹한 느낌 마져 든다.
입춘이 지났지만 계곡은 아직 꽁꽁 얼어 붙어 있다.
[11시 16분] 계단을 올라와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사진 찍어 달라면서 나무 뒤에 숨으시면 어케하나요???
비로봉까지 2.1km 남았다. 또 올라갑니다.
주능선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길에 계속되는 오르막에 힘이 든다.
우측으로 울창한 잣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바닥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지만 나무가지에 눈꽃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바람이 제법 매섭게 불어 옵니다.
계단도 많이 생겼습니다.
자작나무는 아닌것 같은데 은빛 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나름 보기 좋으네요.
좌측으로 국망봉이 눈에 살짝 덮혀 있습니다.
소백산은 몇번 와 봤지만 국망봉은 아직이라...6월초 철쭉 필 때 가봐야겠다.
소백산 주능선이 가까워지자 바람이 매섭게 불어 닥칩니다.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한 나무들은 모두가 쓰러져 있다.
거센 태풍이 지나간 듯한 느낌이다.
큰나무가 별로 없는 소백산의 정상부는 모래 대신 눈이 덮힌 황량한 사막과 같다.
살을 베는 듯한 바람은 춥기도 하고 따갑기도 하다.
저멀리 연화봉과 소백산 천문대가 보인다.
[12시] 좌측으로 국망봉과 갈라지는 삼거리 도착.
어의곡리에서 약 2시간이 걸렸네요.
세차게 부는 바람에 자켓이라도 입고 싶지만 어디 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국망봉 쪽으로 가시는 산객님,
세찬 바람을 맞으며 홀로 가시는 발길이 외로워 보입니다.
부디 안산 즐산 하시길 바랍니다.
자켓을 입기 위해 비로봉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바위 앞으로 서둘러 간다.
얼마나 바람이 쌔게 부는지 100여m 되는 거리가 1,000m는 되는 듯 멀게 느껴진다.
바위를 방패 삼아 만약을 위해 가져온 마누라 털모자와 자켓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비로봉으로 진격합니다.
정말 바람 쌥니다.
누가 소백산의 바람을 칼바람이라고 했는지 정말 실감합니다.
눈물이 나고 몸이 휘청휘청 합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옆으로 넘어질것 같다.
마음 같아선 뒤돌아가고 싶지만 버스가 천동주차장에 있으니...
겨울철에 소백산을 왜 왔는지 후회가 막심합니다.
눈꽃이 있는 것도 아닌데...뭐 볼게 있다고...
[12시 14분] 어의곡리에서 약 2시간 14분만에 정상에 왔습니다.
매서운 바람 때문인지 사람들도 몇명 없이 황량합니다.
태백산에서 서남으로 갈린 산맥이 구름 위에 솟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3도의 경계를 지으면서
서남쪽으로 구불구불 백여리를 내려 뻗어 일으킨 소백산은 영주, 예천, 단양, 영월 네 고을의 배경이 되어
고장의 평화와 행복을 수호하며, 기품 있는 선비의 풍모처럼 맑고 수려한 기상의 영기 어린 성산이다.
1987년 12월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으며 우리 민족의 영산이며 영남지방의 진산으로 알려져 왔다.
인증샷 남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썰렁합니다.
너무 추워서 부탁하기도 미안하지만 한장 부탁드려서 남깁니다.
여성적인 산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소백산.
부드러운 손길은 온데간데 없고 온몸을 때리는 매서운 손길에 서둘러 하산합니다.
앞으로 나가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정말 뇌가 어는 듯한 추위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합니다.
머리를 숙이고, 몸을 옆으로 돌리며 게걸음로 내려 갑니다.
그래도 하얗게 덮힌 소백산의 능선이 아름답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다.
빨리 이 살인적인 칼바람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니...멋있긴 하다.
[12시 26분] 천동으로 내려가는 삼거리,
비로봉에서 10여분 왔는데 왜그리 멀게 느껴지는지...
무작정 뛰어 내려 갑니다.
주목군락지를 지나고...
이제 무서운 칼바람은 피한 것 같다.
천동에서 오르는 산행객들, 능선의 칼바람은 생각하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12시 50분] 천동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 나온듯한 기분이네요.
[13시 36분] 비로봉에서 약 1시간 20분 걸려서 탐방로를 빠져 나옵니다.
아이젠도 벚고 데크로를 따라 내려 갑니다.
주변의 바위들이 위태위태 합니다.
이런것들 때문에 입산을 통제하였을까???
[13시 51분] 비로봉에서 하산한지 약 1시간 35분만에 주차장에 도착,
총 산행시간은 점심없이 3시간 50분 소요되었습니다.
이후 30여분후 하나둘 버스에 도착하고,
모두들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죽다 살아 왔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소백산 겨울산행이 처음도 아니고, 칼바람이 매섭다고는 하지만
오늘처럼 무서움을 느끼기는 처음이였습니다.
정말 겨울에 소백산을 산행을 하시려거던 단단히 준비하셔서 오시길 바랍니다.
전 겨울철에 소백산은 두번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산행기·충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덕봉] 금수산에 가려진 제천의 명산 (0) | 2018.08.08 |
---|---|
[아미산] 미인의 눈썹을 닮은 부드러운 산 (0) | 2018.03.13 |
[도락산] 암봉과 암릉 그리고 멋진 조망 (0) | 2017.09.05 |
[도명산] 화양구곡을 안고 솟은 산 (0) | 2017.08.22 |
[태화산] 마곡사를 품은 솔향 가득한 산 (0) | 2017.03.13 |